나는 글로 기록을 정리하고 남기는 일에는 소질이 없는 편이다. 어쩌면 성격이 산만해서 그렇고, 어쩌면 효율충이라 정리할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져서 그럴 것이다. 그러면서도 글로 정리하는 것의 좋은 점을 알고 있다.
기록을 남긴다는 건 이어 달리기를 하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이정표를 남겨주는 것. 가봤던 모든 골목길을 기억하지 못할 미래의 나에게 골목길에서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, 이곳은 가봤는데 또랑이었다 던지, 실패든 성공이든 흔적이 남아있다면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.
말하자면 기록을 남기는 일은 현재의 시간을 써서 미래의 시간을 버는 일이다.
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현재를 투자해 미래를 도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. 지금에 안주하고 싶은 나태함과의 싸움인 것이다.
여태까지 나는 꽤 오랜시간을 게으르게 살아왔다. 이 이노베이션 캠프 과정을 통해 밤을 새며 컴퓨터를 붙잡고 모르는 코딩과 씨름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상당히 낯설고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이다.
그래서 팀 단체 개발 일지를 작성하자고 하니 이렇게 잡설부터 길어지는 것 같다.
하지만 못하고 하기 싫은 것이기에 더욱 더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.
시간내서 글 쓰고 정리하는 일은 나 자신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, 팀의 소통과 협업을 위해서도 개발자에게는 꼭 필요한 자질이라는 생각을 이번 과정 내내 느끼는 중이다. 그리하여 팀 개발일지 논의가 나왔을 떄 속으로는 하기 싫었지만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.
아무튼 그리하여 앞으로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일주일에 고작 한번 쓰는 일지이니 꼭 써 버릇 하겠다는 주절주절이었다. 다음 일지는 이보다는 생산적인 내용이길.
올림픽 그만 보고 잠이나 자도록 하겠다.